신황등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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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임목사 칼럼

  • 20230820-조력사망, 공감하되 동의할 수는 없습니다.

    작성자 : 관리자작성일 : 2023-08-23조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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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1826, 호주 국적의 한국인 허모(당시 63)씨는요, 스위스 바젤에서 조력사망으로 삶을 마감했어요. 현재까지 안락사를 적극적으로 법제화한 나라들은요, 네덜란드를 비롯하여 벨기에, 룩셈부르크, 캐나다, 콜롬비아, 호주 일부지역, 뉴질랜드 등이 있는데요, 스위스는 조력사망이 합법이에요. 허씨는요, 시한부 판정을 받은 폐암 말기 환자였어요. 두 번의 수술을 받았지만 재발했고요, 주치의가 말한 기대시간도 이미 수개월이 지났어요.

     

      허씨의 아들, 한울씨가 아버지가 안락사를 결정했다는 소식을 들은 것은 20218월초였어요. 죽음을 결정한 아버지는 마지막으로 아들을 보고 싶다고 연락하신 거예요. 어머니와 이혼한 후 오랫동안 보지 못했던 아버지를 만나러 가면서 아들은요, 많은 생각을 했어요. 주변에선 말려야 한다고, 그러면 안 된다고 했는데요, 막상 가서 보니까 아버지는 너무 평안한 거예요. 아들을 만난 아버지는요, “얼마 후 스위스로 죽으러 간다.”, “잘 자라 줘서 고맙다.”, “이제야 만나게 되어서 미안하다.”고 말하면서 혹시 스위스까지 함께 가 줄 수 있겠느냐?”고 물어요. 여러분 같으면 어떻게 하시겠어요? 정말 결정이 쉽지 않았는데요, 그런데 곁에 있던 엄마가 마지막인데 함께 있어야 하지 않겠느냐고 그래요. 그래서 한울씨는요, 스위스로 가는 그 길에 동행했어요.

     

      네덜란드를 경유해 10시간 넘는 비행 끝에 호텔에 도착했는데요, 호텔에 머무는 동안 아버지는요, 반복적으로 아들에게 말해요. “아들아, 나는 자살하는 것이 아니다.” 가톨릭 신자인 아들은요, 마지막까지 아버지를 설득해 보려고 했어요. 그런데 아버지의 그 다음 말씀이 그 말을 할 수 없게 만들었어요. “아들아! 고통이 너무 크단다. 이대로 사는 것보다 죽는 게 차라리 더 낫단다.” 그 말을 듣고 나니까요, 더 이상 말릴 수 가 없는 거예요. 드디어 26, 그날 아침이 밝았어요. 전날 아버지는요, 아무것도 드시지 않았고요, 잠도 자지 못했어요. 아버지는요, 아들에게 시계를 선물했어요. “시간을 소중히 여기며 살라.”는 뜻이지요? 병원으로 이동한 아버지는요, 침대에 누운 채 그렇게 삶을 마감했어요. 여러분이 만약 그분의 아들, 딸이라면, 가족이라면 어떻게 했을까요?

     

      저는 이 기사를 읽는 동안 내내 제가 만났던 집사님 한 분의 모습을 떠올렸어요. 집사님은요, 췌장암으로 입원하셨고요, 통증이 얼마나 심한지 고통 중에 계셨어요. 그런 그분이 어느 날 퇴원하시겠다는 거예요. 집에 가면 통증을 해결할 길이 없어요. 다시 병원으로 돌아올 것이 뻔해요. 가족들이 다 말리는데요, 그래도 퇴원하겠다고 고집을 피워요. 그래서 제가 물었어요. “왜 그러시느냐?”, 그랬더니 이대로 죽을 순 없다는 거예요. 하나님 앞에 서야 할 텐데 이렇게 벌벌 떨다가 죽을 순 없다는 거예요. 결국 퇴원하셨어요. 그리고 집에 와 퇴원감사예배를 드리는데요, 오시는 길에 농협에 들러 감사헌금을 준비하셨어요. 그 다음날부터 새벽기도를 시작하셨고요, 낮에는 교회에 나가 청소를 하셔요. 화단을 정리하셔요. 그렇게 한 달을 넘게 사셨는데요, 단 한 번도 통증이 없었어요. 깊은 잠을 주무셨어요. 그리고 주무시는 듯 하나님 나라에 이르셨어요.

     

      저는 조력사망에 관한 기사를 읽으면서 그분의 마음은 충분히 공감이 되었어요. 그러나 두 가지 면에서 그분의 결정에 동의할 수 없었어요. 첫째는요, 고통 중에 있는 그 시간이 지금까지의 인생보다 더 귀한 시간이 될 수 있어요. 두 번째는요, 하나님이 도와주시면 고통과 아픔도 넉넉히 극복될 수 있어요. 말로만 들었던 하나님을 몸과 마음과 영혼으로 경험할 수 있는 기회라고 믿기 때문에 저는요, 그분의 행동에 동의할 수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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