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황등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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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임목사 칼럼

  • 20230204-나는 “내가 알고 있는 나”가 아닙니다.

    작성자 : 관리자작성일 : 2024-02-05조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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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근 서울에서 예약자체가 어렵다는 카페가 등장을 했는데요, 한 때 일본에서 성업하던 이색공간이 한국으로 진출한 거예요. 카페 외형은 보통의 레스토랑과 크게 다르지 않아요. 예약을 하고 카페에 가면요, 현관문에 손잡이가 달려 있어요. 그걸 두세 번 두드리면 문이 끼익하고 열려요. 내부로 들어서면요, 키가 크고 잘 생겼고요, 게다가 정장으로 잘 차려입은 청년들이 도열해서 인사를 해요. “도련님, 공주님, 잘 다녀오셨습니까?” 90도 허리를 굽혀 인사를 건네고요, 자리로 안내해요. 자리에 앉아 있는 동안에도 테이블 위에 있는 종을 흔들면요, 집사라 불리는 청년들이 즉시 달려와요. 용무를 마치면요, “필요할 땐 언제든지 불러 달라.”고 마치 종이 상전을 대하듯 깍듯해요.

     

      누구나 중세의 백작이나 귀부인처럼 대접받는 곳, 그래서 잠시 현실을 잊는 곳인데요, 우리 말 집사라는 뜻의 버틀러”(Butler) 카페에요. 혹시 혼자 오신 손님이 있으면요, “제가 잠시 말 상대가 되어 드릴까요?” 무릎을 꿇은 체 말을 건네고요, 손님이 조금 추위를 느끼는 것 같으면 즉시 담요를 갖다 줘요. 혹시 힘든 일이 있는 손님이 자신의 이야기를 하면요, 집사는 공감을 하면서 정성껏 손님의 이야기를 들어줘요. 그리고 손님이 들어서 가장 힘이 될 만한 이야기를 예쁘게 해요. 이런 버틀러 카페를 닮은 또 다른 카페도 있는데요, 일명 하녀(Maid) 카페에요. 그곳 종업원들은 모두 다 하녀 복장을 했는데요, 그들은 그곳에 입장한 모든 손님들을 주인님이라고 불러요.

     

      이런 카페를 찾은 사람들의 심리는 뭘까요? 물론 호기심에 그곳을 방문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학교나 직장생활, 또는 살면서 겪는 어려움들을 이런 방식으로 풀어보려는 거지요? 잠시나마 현실에서 벗어나 자신이 꿈꾸는, 소위 이 사회의 갑이 되어 보고 싶은 거예요. 그런데 그런 곳을 방문하여 갑 대접을 받았다고 해서 내 상황이 나아질까요? 결코 그렇지 않아요. 그런데도 예약을 할 수 없을 정도로 사람들이 그곳을 찾은 근본적인 이유는 뭘까요? 서울대학교 심리학과 곽금주 교수님은요, 이런 현상의 원인을 병든 사회에서 찾아요. 다시 말하면 돈 몇 푼을 주고 잠시나마 자신의 성취감을 누리고자 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은 그만큼 사람들 마음속에 깊은 좌절감과 절망감이 자리하고 있다는 거예요. 더 이상 자신이 꿈꾸는 세상을 살 수 없기 때문에 나타나는 병리적 현상이라는 거예요.

     

      저는 이 기사를 읽으면서 이런 생각을 했어요. “그곳을 찾는 사람들이 이런 자신을 알까?” “내면에 있는 무엇이 지금 나를 이끌어 가고 있는지 상상이나 할까?” 그런 생각을 하면서 들었던 분명한 것은요, 오늘의 나는 내가 알고 있는 나가 아니라는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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