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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602-삶의 감동은 자기와의 싸움에서 승리할 때 가능합니다.
작성자 : 관리자작성일 : 2024-06-04조회 : - 첨부파일 : 등록된 첨부파일이 없습니다.
지금은 의대교수로, 순환기내과 전문의로 활동하시는 여자 교수님이셔요. 이분은 정말 버스도 닿지 않는 시골출신이에요. 가난하고, 그래서 학교도 갈 수 없고, 그저 집안의 허드렛일을 하는 그런 시골소녀였어요. 그런데 공부가 좋은 거예요. 좋으니까 학교에 가서 창문너머로 한글을 익히고, 산수도 배우는 거예요. 그러다가 들키면 부모님은요, “계집애가 공부해서 뭐 할 거냐?”고, “살림이나 배워서 시집가라.”고 그래요.
그런 소녀의 삶에 변화가 생겼어요. 시내에 있는 중학교에 선생님 한 분이 오셨는데요, 그분을 만난 거예요. 그 선생님은 자기 집에 이 소녀를 불러 공부도 가르쳐 주고요, 꿈을 심어 줘요. 소녀는 밤마다 선생님 댁에 가서 국어, 영어, 수학 등, 중고등과정을 배웠어요. 선생님은 매일 저녁 자기 시간을 포기한 거지요? 검정고시에 합격했고요, 그러니까 대학욕심이 나지요? 얼마나 열심히 공부했던지 소녀는 서울의 의과대학에 합격했어요. 선생님은 부모님 앞에서 대학교 입학금과 등록금을 내어 놓으며, “이건 제가 순정이에게 주는 합격선물입니다.”
대학에 입학한 순정은 정말 열심히 공부했어요. 한 학기를 마치고 선생님을 뵈러 갔는데 선생님이 안 보여요. 선생님은 결핵에 걸려 수업 중에 피를 토했고, 요양을 위해 학교를 그만 두셨어요. 선생님을 만나지 못한 순정은 다짐해요. “언젠가 선생님을 만날 때 훌륭한 의사가 되어 있으리라. 선생님의 자랑스러운 제자가 되리라.” 순정은 의사고시에 합격했고, 대학병원의 순환기 내과 교수가 되었어요. 결혼도 했고, 딸을 하나 낳았어요. 이런 작고 큰일들이 있을 때마다 이분은 한 번도 선생님을 잊은 적이 없어요.
딸도 성장하여 의대에서 수련의를 하고 있었는데요, 어느 날 사랑하는 사람이 생겼다는 거예요. 그러면서 엄마에게 소개하고 싶다는 거예요. 모든 엄마들이 그럴 거예요. “뭐하는 사람이니?” 그러자 딸은요, “고등학교 선생님”이라고 그래요. 딸은 의사인데, 사윗감이 선생님이니 성에차질 않지요? 그래서 물어요. “그래, 공부를 더하고, 교수할 마음은 없데??” “엄마, 오빠는 가르치는 걸 좋아해. 그 때가 가장 행복하데.” 사윗감을 만나보니 정말 진실해요. 그래도 어때요? 마음은 편치 않아요. 욕심이 있는 거지요? 내가 선생님 때문에 오늘 이렇게 된 건데, 선생님을 하찮게 여기지요? 이게 사람이에요.
이제 상견례 하는 날이 되었어요. 한정식 식당에 조금 일찍 도착했는데요, 카운터에 계신 분이 나가는 손님에게 인사를 해요. “감사합니다. 다시 뵙겠습니다.” 그 순간 그 목소리가 너무 익숙한 거예요. 그래서 그곳을 쳐다봤는데요, 그분은 그토록 보고 싶었던 그 옛날 선생님이셨어요. 카운터로 다가가 “혹시 유선희 선생님 아니신가요?” 그러자 선생님은요, 한 참을 쳐다봐요. 그리고는 “너, 순정이구나!” 선생님이 알아보셨고요, 두 사람은 얼싸안고 눈물을 터뜨렸어요. 사윗감은 선생님의 조카였어요. 놀라운 것은 사윗감이 가장 존경하는 분이 큰 엄마에요. 후에 선생님은 검진결과 암이 발견되었고요, 제자의 헌신적인 치료로 완치되었어요. 결혼식 날, 장모님은 사위에게 이렇게 말해요. “내가 자네를 잘못 알아보고 이런 저런 실례를 많이 했네. 미안하네. 유선희 선생님이 오늘 나를 만들어 주셨는데 올챙이적 생각을 잊어버렸네. 자네는 더 훌륭한 제자들을 많이 만들게...”
이 이야기가 아름다운 것은요, 이곳에 등장하는 사람들은 모두 자기와의 싸움에서 승리한 사람들이라는 거예요. 세상적인 가치를 따라 살지 않은 사람들이라는 거예요. 그래서 감동이 있는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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