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황등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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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임목사 칼럼

  • 201902-2 어리석은 우리의 모습들

    작성자 : 관리자작성일 : 2019-02-17조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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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국에서는 집안에서 사용하던 물건을 다른 사람들에게 파는 것들이 보편화되어 있습니다. 예를 들면 아이들이 성장하고 나면, 아이 때 썼던 장난감들은 더 이상 필요가 없어집니다. 그럼 주말에 집 앞에다 내 놓고 파는 것입니다. 우리가 볼 땐 버려도 될 것 같은 물건인데도 파는 경우가 있고, 반대로 잘만 고르면 좋은 물건을 싸게 살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세일 표지판을 보면 길을 가다가고 들러서 구경을 합니다.

     

    이런 세일은 크게 세 종류입니다. 첫 번째는 사용하다가 필요가 없어진 물건들을 내다 파는 경우입니다. 대체로 집에 있는 차고에서 물건을 팔기 때문에 차고를 영어로 거라지라고 합니다. 그래서 거라지 세일(Garage Sale)이라고 부릅니다. 여기에는 물건도 다양하지 않고 대체로 오래되고 낡은 것들이 많습니다. 그래서 횡재하기는 어렵습니다. 두 번째가 이사를 가면서 물건을 내 놓는 무빙세일(Moving Sale)입니다. 이사를 가려고 보니까 이 참에 바꾸고 싶은 물건도 있고, 굳이 가져가고 싶지 않은 물건도 있습니다. 그래서 팔려고 내 놓는데 물건도 괜찮고 잘하면 쓸 만한 것들을 건질 수 있습니다. 세 번째는 아예 집안에 있는 물건을 전부 파는 것입니다. 날려버린다는 뜻의 블로잉 세일(Blowing Sale)인데 갑자기 어려움을 당하거나 집안에 큰 문제가 생겼을 때 이런 세일을 합니다. 물건을 구입하는 사람들에겐 좋은 기회이지만 블로잉 세일을 하는 입장에서는 정말 고통입니다. 오래 전에 저도 그런 분을 만난 경험이 있습니다. 저녁에 교인 가정으로 심방을 가는데 블로잉 세일 표지가 붙어 있습니다. 호기심에 갔더니 마침 한국분이 주인입니다. 그래서 무슨 일이냐고?” “내가 목산데, 무슨 일이 있느냐?”고 물었습니다. 그랬더니 울면서 이야기를 합니다.

     

    그분은 미국분하고 결혼을 해서 십년을 넘게 살았습니다. 그런데 집을 나가기 전날까지 그렇게 잘해줬다는 것입니다. 매년 생일 때마다 꽃을 선물하고, 결혼기념일이 되면 여행을 갔습니다. 마켓에 가면 시키는 대로 물건을 담아 끌고 다니고, 집에 와서는 정리까지 해 주었습니다. 집안 살림을 이것저것 도와주고, 그렇게 잘할 수 가 없었습니다. 그런데 느닷없이 이제 너하고 못살겠다.”, “숨이 막혀 죽을 것 같다.”고 말하고는 나가버린 것입니다. 제가 물었어요. “혹시 다른 여자가 생긴 건 아닌가요?” 그랬더니 아니랍니다. “그럼 왜 그렇게 되었을까요?” 제가 물었더니 그분의 말씀입니다. “남편이 잘 해주니까 자기가 점점 더 이기적이 되었고, 남편을 함부로 했다.”는 것입니다. 자기는 할 줄 아는 게 아무것도 없는데 어떻게 살아야 할지 모르겠다는 것입니다.

     

    톨스토이는 그의 책 인생독본에서 세 가지를 묻고 답합니다. “당신에게 가장 중요한 시간이 언제입니까?” 지금입니다. “당신이 하는 일 중에서 가장 중요한 일이 무엇입니까?” 지금 하고 있는 일입니다. “당신의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사람이 누굽니까?” 지금 내 곁에 있는 사람입니다. 이걸 모르는 사람이 없고, 여기에 동의하지 않는 사람도 없습니다. 그런데 정작 사람들은 지금을 소홀히 여기고, 지금 하는 일을 하찮게 여깁니다. 그리고 지금 내 곁에 있는 사람을 소중하게 여기질 않습니다. 그러면서도 내일엔 행복하게 살겠다고 몸부림칩니다. 인간이 범하는 가장 어리석은 일들 중 하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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