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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616-먼저 할 것과 나중 할 일이 있습니다.
작성자 : 관리자작성일 : 2019-06-15조회 : - 첨부파일 : 등록된 첨부파일이 없습니다.
2019년 4월 미국의 민간연구단체 “생명의 미래연구소”(Future of Life Institute)는 “생명의 미래상”(Future of Life Award) 올 해의 수상자로 미국의 분자생물학자 매슈 메셀슨(Matthew Meselson, 1930~) 박사를 선정하고 상금 5만 달러를 수여했다고 발표했습니다. 이 단체는 미국의 MIT공과대학 물리학자, 맥스 테그마크(Max Tegmark) 교수가 2014년에 주도하여 설립했습니다. 이 단체에서 매년 주는 이 상은 위험을 무릅쓰고 많은 사람의 목숨을 구했거나, 또는 인류를 구원할 수 있는 영웅적 행위를 했음에도 그동안 합당한 평가를 받지 못한 사람에게 주어지는 상입니다.
이 상을 수상한 매슈 메셀슨 박사는 동서냉전이 절정을 이뤘던 1960~1970년대 생물무기에 관한 국제적 금지 운동을 이끌었던 공로로 이 상을 받았습니다. 1963년 당시 그는 미 군축청 소속으로 무기통제에 관한 연구를 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중 탄저균 제조시설이 있던 육군의 디트릭 요새(Fort Detrick)로 가면서 생각했습니다. 당시 탄저균은 생물무기로 개발되었는데 그 파괴력이 엄청납니다. 발병하고 하루 만에 항생제를 다량 복용하지 않으면 80% 이상이 사망합니다. 게다가 탄저균 100kg을 대도시 상공 위로 저공비행하면서 살포하면 100만에서 300만 명을 한순간에 죽일 수 있습니다. 더 놀라운 것은 이런 생물무기는 쉽게 만들 수 있고, 보관도 용이하고, 무엇보다도 비용이 저렴합니다.
그 때까지 생물무기 사용은 제네바의정서에 의해 금지됐지만(1925년) 미국은 아직 비준하지 않은 상태였습니다. 매슈 메셀슨 박사가 생각해 보니까 이런 무기를 사용한다는 것은 생각만 해도 끔찍합니다. 그는 생물무기를 개발해선 안 되는 이유를 담은 “미국과 제네바의정서”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작성했습니다. 그의 보고서는 헨리 키신저 대통령을 거쳐, 닉슨 대통령에게 건네졌고 1969년 말 미국은 생물무기를 포기했습니다. 미국의 과감한 조처에 용기를 얻은 메셀슨 박사는 이를 전 세계에 확산하는 운동에 나섰습니다. 생물무기의 사용은 물론 비축과 연구개발도 금지하고, 검증 시스템까지 갖추자는 것입니다. 1972년, 그의 노력의 결과로 전 세계 생물무기협약이 성사되었습니다.
그는 말합니다. 내가 이 일을 하게 된 이유는 크게 두 가지입니다. 첫째는 다른 형태의 전쟁은 시작과 끝이 있습니다. 무엇이 전쟁인지 아닌지가 명확합니다. 그런데 생물무기사용은 아무도 모르고, 잔인합니다. 그리고 그 피해는 너무 오래 갑니다. 둘째는 생물무기는 인간의 DNA를 공격함으로써 인류를 뿌리 채 바꿔버릴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인간 삶에 있어서 과학이 중요하지만, 그 과학이 인류의 존재 자체를 파괴할 수 있다면 그것을 금하는 일이 먼저입니다. 매슈 메셀슨 박사는 과학자로서 먼저 할 것을 먼저 했고, 그런 그를 생명미래연구소는 “생명의 미래상” 수상자로 선정했습니다. 모든 일에는 먼저 할 것과 나중 할 일이 있습니다. 그 순서가 바뀌면 삶도 세상도 엉망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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