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학생 시절 시골에 가면 어머니가 참 반갑게 맞아주셨습니다. 객지에서 고생하는 아들을 위해 맛있는 것도 준비해 주시고 밤늦게까지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며 보냈습니다. 대체로 하룻밤 자면 다음날 학교로 올라오는데 그 때마다 어머니는 생활비에 보태라고 돈을 쥐어 주십니다. 그러면 저는 어머니도 생활이 어려우시니까 어머니 쓰시라고 거절합니다. 어머니가 가만히 계시겠어요? 당신은 괜찮다고, 넉넉하지는 않지만 쓸 정도는 있다고 자꾸 주머니에 넣어 주십니다. 그럼 할 수 없이 저는 그 돈을 받고 나와서는 대문 안으로 던져 넣습니다. 그리고는 부리나케 버스를 타러 갑니다. 여러분! 제가 정말 괜찮은 아들이지요? 저도 그런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그 날도 돈을 담 너머로 던져 넣고 버스에 올라 어머니를 위해 기도했습니다. 그런데 성령 하나님께서 제 안에서 물으십니다. “종아, 너는 아들을 신학교에 보내고, 아무 것도 돕지 못해 미안한 엄마의 마음을 아느냐?” “쓸 것 안 쓰고 모아 너에게 주면서 기뻐하는 엄마의 마음을 네가 아느냐?” “네가 던진 돈을 주워 들면서 슬퍼하는 엄마의 마음을 네가 아느냐 말이다?” 저는 한 번 도 그런 생각을 해 본 적이 없습니다. 왜냐하면 그 일은 엄마를 위한 일이고, 잘한 일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아니었습니다. 나는 잘한다고 했지만 그 일은 엄마를 아프게 하는 일이었습니다. 가슴에 대못을 박는 불효였습니다. 차 안에서 얼마나 울며 회개했는지 모릅니다. 그 다음부터는 어머니가 주시면 고맙게 받았습니다. 그리고 어머니가 필요한 것들을 사다 드렸습니다. 그랬더니 어머니도 기쁘고, 저도 얼마나 좋았는지 모릅니다.

  동굴의 우상이란 영국의 경험주의 철학자인 프란시스 베이컨(Francis Bacon)의 이론인데 사람은 자기가 가지고 있는 편견 때문에 사물이나 사건을 객관적으로 이해하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이런 것입니다. 사람이 동굴 안에서 밖을 보면 동굴 입구 크기만큼 밖에 세상을 볼 수 없습니다. 그는 분명 세상을 보았습니다. 그러나 그가 본 세상은 지극히 일부입니다. 그런데도 그것으로 세상을 판단하는 잘못을 범하는 것입니다. 내가 본 그것이 우상이 되어 정말 보아야 할 것을 보지 못하게 하는 것입니다. 제가 어머니에게 한 일이 잘한 일이라고 생각하고 나니까 그것 때문에 힘들어하고, 실망하는 어머니의 모습을 볼 수 없었던 것입니다. 이 우상, 이 울타리에서 벗어나지 않는 한 우리는 새로운 변화를 경험할 수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