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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301- 또 하나의 감사 발견
작성자 : 관리자작성일 : 2020-03-04조회 : - 첨부파일 : 등록된 첨부파일이 없습니다.
이번 달 초, 미국에서 사역하는 친구들과 미국장로교단 본부에서 활동하는 동료가 한국을 방문했습니다. 우리 교단과 협력하는 일들을 논의하기 위해 함께 총회본부를 방문했는데 그 일을 다 마치자 이분들이 고속버스 터미널에 있는 서점과 다이소를 방문하고 싶다고 요청합니다. 그래서 함께 가 쇼핑을 하고 지하도를 나왔는데 부동산 가게가 보입니다. 그 앞에 아파트 매물 가격을 적어놨는데 ‘한신2차 아파트 21평 19억, 25평 22억...’입니다. 여러분! 그것이 왜 제 눈에 크게 들어왔을까요?
오래 전 그러니까 제가 미국으로 유학을 가기 전 한신2차 아파트 25평에 살았습니다. 당시 매매가는 8천6백만원이었고, 전세는 6천8백이었습니다. 그러니까 1천 8백만원만 있으면 그 집을 살 수 있었습니다. 저는 유학을 가면서 5년만 공부하고 돌아올 거라 생각했기에 집 하나는 필요할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제 마음을 아는 교우들도 그렇게 하라고 권했습니다. 제가 그 집을 샀을까요? 사지 않고 미국으로 떠났습니다.
그렇다면 22억 가는 그 집을 본 제 마음은 어땠을까요? 속이 쓰렸겠지요? 그런데 솔직히 그 마음은 오래가지 않았습니다. 웬 줄 아세요? 신학생 시절 제가 경험한 사건이 생각났기 때문입니다. 그 땐 정말 어려웠습니다. 한 달을 10만원으로 살았는데 겨우 하루 두 끼 정도 먹었습니다. 그 달에 책을 사면 한 끼 밖에 먹을 수 없었습니다. 주말에 교회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며 받은 돈은 5만원이었는데 그것으로는 교통비와 헌금을 하면 남는 게 없습니다. 어렵게 어렵게 사는데 중학교 3학년짜리 아이가 과외를 해 달라고 요청합니다. 수학 한 과목을 했는데 한 달에 30만원을 받았습니다. 그러니까 살림이 폈습니다.
아이가 성적이 올랐다고 영어도 해달라고 부탁합니다. 그래서 영어, 수학 두 과목을 했는데 수입이 60만원입니다. 이것은 마치 빈 집에 황소가 들어온 격입니다.
더 놀라운 일은 그 다음에 벌어졌습니다. 아이가 성적이 오르니까 그 아이 친구 엄마가 자기 아이도 해 달라는 것입니다. 똑같은 시간에 함께 하는 것이니까 저로서는 금상첨화입니다. 그러면 수입이 얼마인 줄 아시지요? 월에 120만원입니다. 얼마나 좋았을까요? 그런데 과외를 하면서 그것이 좋은 것이 아니라는 걸 깨닫게 되었습니다. 돈이 생겨 친구들을 돕고 나누는 것은 좋은데 그렇게 돈을 벌다보니 교회에서 받는 5만원이 우습게 보입니다. 교회가 형편없이 대우한다고 불평하고, 내가 하는 일이 하찮게 보입니다. 형편은 나아졌지만 그것 때문에 교회를 향한, 하나님을 향한 내 마음이 무너지고 있는 것입니다. 그 때 저는 결심했습니다. “평생 교회에서 주는 돈으로만 살자.”
제게 지금 22억이 있다면 어떨까요? 좋을 것입니다. 그런데 그걸 쓸 생각에 목회에 전념할 수 있을까요? 영국의 유명한 목회자요, 저술가인 F. B. 마이어 목사님의 말씀이 제 마음을 때렸습니다. “인생의 큰 비극은 응답받지 못한 기도가 아니라 드려지지 않은 기도이다.” 돈쓸 생각을 하느라 목회에 소홀할 것입니다. 그것을 의지하느라 기도할 시간이 없을 것입니다. 그러면 목회자인 나는 가장 큰 비극을 경험할 수밖에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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