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황등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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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임목사 칼럼

  • 20200329 - 받은 것이 아니라 느낀 것만큼

    작성자 : 관리자작성일 : 2020-03-28조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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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년 말 경기도 광주에서 있었던 사건인데요, 버스회사가 노선버스 운행을 중단했습니다. 경기고속 광주영업소에서 운행하는 2번 버스인데 광주시청에서 출발해서 현산 마을을 왕복합니다. 그 중간쯤에 복잡한 정류장이 몇 개있는데 쌍령초등학교, 동성아파트, 현대아파트입니다. 학교가 있고, 인근에 아파트들이 있으니까 통학하는 아이들 때문에 위험합니다. 게다가 그곳이 구불구불한 언덕길이어서 사고 나기 십상입니다.

      그래서 회사는 도로 옆 정류장이 아니라 아예 버스를 아파트 안으로 들어가게 했습니다. 손님들은 무척 편리하지만 기사님들은 아파트 좁은 공간에서 버스를 돌려야 하니까 불편합니다. 그래도 지역주민들을 위하여 수고를 마다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회사는 아파트와 정류장 곳곳에 공고문을 붙였습니다. 앞으로 2번 노선버스는 아파트에 들어가지 않고, 쌍령초등학교, 동성아파트, 현대아파트 정류장에도 정차하지 않겠다는 것입니다. 자가용이 많다고 하지만 그래도 아직은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습니다. 그러니까 그분들의 발이 묶였고, 불편이 이만 저만 아닙니다. 왜 이렇게 되었을까요?

      그곳이 조금 복잡한 노선입니다. 버스가 제 시간을 맞추질 못합니다. 그러나 그것은 기사님 잘못이 아닙니다. 그런데도 주민들 한 사람, 두 사람이 불평합니다. 신고하겠다고 겁박하고 폭언을 합니다. 그러더니 급기야 버스에 오른 한 분이 욕을 하며, 죽여 버리겠다고 위협을 했습니다. 멱살을 잡고, 분이 풀릴 때까지 합니다. 기사님이 여성분이셨는데 무서우니까 아무 말도 못하고 울다가 그냥 차에서 내려 회사로 돌아와 버렸습니다. 회사는 직원들을 소집하여 그동안에 있었던 일과 오늘 사건의 전말을 자세히 들었고, 당분간 그곳 정류장에 정차하지 않기로 결정했습니다.

      불편할 수 있습니다. 마음이 상할 수 도 있습니다. 그러나 회사와 기사님들도 불편하지만 주민들을 위해 애쓰셨습니다. 그걸 생각한다면, 내가 받은 은혜를 기억한다면 참을 수 있지 않았을까요? 그런데 사람들은 모두가 다 나 중심입니다. 내가 조금이라도 손해를 본다고 생각하면 참지 못합니다.

      여기에서 우리가 알 수 있는 사실이 하나있습니다. 우리 모두는 사는 동안 누군가로부터 엄청난 은혜를 입었습니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얼마나 받았느냐가 아니라 받은 것을 얼마나 느끼느냐 하는 것입니다. 은혜를 느끼는 만큼 감동이 있고, 감동이 있는 만큼 행복한 삶을 살 수 있습니다

      제 친구 작은 아버지가 계십니다. 일제 때 징용에 끌려가는 걸 친구 아버지가 숨겨줬습니다. 살면서 이런 은혜를 입은 사람은 많습니다. 그런데 그분은 그 은혜가 너무 감사해서 평생 그분을 친 형님처럼 모셨습니다. 집안 대소사뿐 아니라 살림을 모두 책임졌습니다. 조카들이 결혼했을 땐 광명에 24평 아파트를 하나씩 사주셨습니다. 그렇게 하시면서 그분은 얼마나 행복해 하셨는지 모릅니다. 그분이 늘 하신 말씀입니다. “형님이 그 때 도와주시지 않았다면 내 삶도 없습니다.” 그분의 얼굴이 붉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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