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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405 - 여기밖에 소망이 없단다.
작성자 : 관리자작성일 : 2020-04-04조회 : - 첨부파일 : 등록된 첨부파일이 없습니다.
미국 네브라스카주에 있는 오마하 교회(Nebraska, USA)를 섬길 때 일입니다. 설교를 준비하다 힘들다 싶으면 교회당을 몇 바퀴씩 돌았습니다. 그 날도 교회당을 돌다 지붕 쪽을 쳐다봤는데 낡은 건물이라 페인트가 벗겨졌습니다. 나무가 썩어 속살이 드러났습니다. 한참을 쳐다보는데 제안에서 들려오는 음성이 있었습니다. “종아, 교회당이 낡아 속상하니? 그래도 세상에 여기 밖에 소망이 없단다.” “여기 밖에 소망이 없단다.” 이 음성이 마음에 박혀 참 많이 묵상을 했고 큰 깨달음을 얻었습니다.
제가 초등학교를 다닐 때 학교건물 1층과 2층 사이에 큰 글씨로 써놓은 문구가 있었습니다. 지금도 선명하게 기억하고 있는데 “100억불 수출 1000불 소득”입니다. 당시로서 그것은 그야말로 꿈이었습니다. 그래서 그걸 이루겠다고 ‘잘살아보세’, ‘새벽종이 울렸네.’를 목이 터져라 불렀습니다. 불과 50년 만에 우리 경제는 세계적인 수준에 도달했습니다. 그런데 삶의 만족도는 그 때보다 못하다고 말합니다. 경제성장이 사람들에게 소망을 주지 못했다는 말입니다.
몇 년 전 ‘변호사’라는 영화를 봤습니다. 제 시대에 일어난 일들이기에 보는 내내 마음이 아팠습니다. 처음 대학에 입학했을 때 강의실 주변엔 정보과 형사들이 있었습니다. 작고 큰 모임에는 반드시 낯모르는 얼굴들이 주변을 서성거렸고, 모임을 주도한 친구들은 보안부대나 경찰서에 끌려가 조사를 받았습니다. 심지어 교회에도 설교를 검열하는 담당형사가 있었습니다. 아직 멀었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지만 그 때와 비교하면 정치, 정말 좋아졌습니다. 그럼에도 여기에 소망이 있다고 말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사회문화적으로는 어떻습니까? 몇 달 전 콘서트가 있어서 예술의 전당에 갔습니다. 사람들이 얼마나 올까 생각했는데 좌석이 가득 찼습니다. 표를 구하지 못해 암표까지 등장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깜짝 놀랐습니다. 고급식당이나 그림 전시회, 음악회에 사람들이 몰리고 있습니다. 평일에도 알록달록 등산복을 입은 사람들이 산을 물들이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어느 시대도 경험하지 못한 질 높은 삶을 살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런 것들을 누리며 사는 사람들이 사는 맛을 느낍니까? 삶의 활력이 있고 기쁨이 있습니까? 사람들은 그것을 추구하지만 거기에도 소망은 없습니다.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요즘은 더욱 그렇습니다.
이런 모습을 보면서 오래 전 반기문 전 UN 사무총장이 전한 메시지가 생각났습니다. “건물은 높아졌지만 인격은 더 작아졌고, 고속도로는 넓어졌지만 시야는 더 좁아졌습니다. 소비는 많아졌지만 기쁨은 더 줄어들었고, 집은 커졌지만 가족은 더 적어졌습니다. 생활은 편리해졌지만 시간은 더 부족하고, 가진 것은 몇 배가 되었지만 소중한 가치는 더 줄어들었습니다. 학력은 높아졌지만 상식은 더 부족하고, 지식은 많아졌지만 판단력은 더 모자랍니다. 전문가들은 늘어났지만 문제는 더 많아졌고, 약은 많아졌지만 건강은 더 나빠졌습니다....(중략)” 이것이 오늘을 우리들의 모습이라면 우리는 어디에서 소망을 발견합니까?
“여기 밖에 소망이 없단다.” 이 울림이 제게 크게 들리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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